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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화은
바람도 없는데 후두둑 꽃잎이 진다
시 한 줄 지웠다
나무는 흔들리지 않고 꽃을 버린다
또 한 줄 지웠다.
봄은 아직 천지에 가득한데 나무는 왜 자꾸 꽃을 버리나
왜? 왜? 하면서 또 한 줄 지운다
꽃을 다 보내고 나무만 남았다
글자를 다 버리고 백지만 남았다
나무는 시를 쓰고
나는 꽃잎이나 줍는다
–시집『절반의 입술』(파란,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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