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유령 /천서봉(千瑞鳳)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6.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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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천서봉(千瑞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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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숨을 버릴 수 있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 사라진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내 사랑이었다

 

주머니에서 상처를 꺼내 보여주던 물가에서 물빛들 끓어오르는 것 말고도 분명 무언가를 보았다

 

삼촌은 죽었지만 족보에 없었다 목소리가 사라진 후경의 나무처럼 바람을 빌려 울어볼 수 있을까

 

대답하기엔 우린 이제 너무 투명해졌구나 구두가 소리를 밟고 사라진 이후 비로소 시작된 이야기

 

발목을 잃은 사람을 가끔 만났고 밥을 나누고 고갤 끄덕였지만 새들은 우리를 피해 멀리 날아오른다

 

도처에 죽어있는 삶, 다가오지 마, 나는 있는 힘껏 돌을 던졌지만 추억은 어떤 상처도 입지 않았다

 

 

 

―계간『시인시대』(2022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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