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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을 보수하다
김권곤
한때 철옹성이라 불리던 성벽
수많은 적의 침입에 잘 버티어 왔는데
비바람 치는 시간 앞에
성벽 모서리가 뭉개지고 깨지면서
흔들리는 주춧돌 몇 개가 주저앉았다
더 무너지기 전에
주변 성주들에게 의견을 구하던 중
한 석공이 신공법을 제안했다
땅에 쇠말뚝 박는 기초공사가 시작되고
조립식 석벽을 주문하여 조립하는 동안
이끼 낀 바윗돌을 청소하고
투석전에 깨지고 파인 곳
시멘트로 메우고 철판으로 덧씌워 보강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던 발음
깨진 성벽 사이로 기어 나오는
이것들 때문에 발언권이 약했는데
이제는 내 생각을 오타 하나 없이
잘근잘근 씹어가며 말할 수 있다
임플란트, 대단한 공법이다
―『미리시학』(2022,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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