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성벽을 보수하다 /김권곤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6. 2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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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을 보수하다

 

김권곤

 

 

한때 철옹성이라 불리던 성벽

수많은 적의 침입에 잘 버티어 왔는데

비바람 치는 시간 앞에

성벽 모서리가 뭉개지고 깨지면서

흔들리는 주춧돌 몇 개가 주저앉았다

 

더 무너지기 전에

주변 성주들에게 의견을 구하던 중

한 석공이 신공법을 제안했다

 

땅에 쇠말뚝 박는 기초공사가 시작되고

조립식 석벽을 주문하여 조립하는 동안

이끼 낀 바윗돌을 청소하고

투석전에 깨지고 파인 곳

시멘트로 메우고 철판으로 덧씌워 보강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던 발음

깨진 성벽 사이로 기어 나오는

이것들 때문에 발언권이 약했는데

이제는 내 생각을 오타 하나 없이

잘근잘근 씹어가며 말할 수 있다

 

임플란트, 대단한 공법이다

 

 

 

―『미리시학』(2022,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