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새벽 두 시의 서재
김미연
칸칸이 꽂힌 저 정적,
책상에, 연필꽂이에, 빈 의자에 정적이 앉아있다
한낮에 책장을 넘기던 소리도
찻물을 끓이던 주전자도 고요하다
새벽이 침묵을 물고 활개를 치며 거닐고 있다
잊혔던 실핏줄에 혈액이 돌고
시간은 어둠의 뼈를 타고 흐른다
벽과 벽 사이 실금이 가던 소리도 잠잠하고
꽃병에 갇힌 꽃의 숨소리도 멈췄다
의자에 기대어 고뇌하던 시간도 바닥에 엎드렸는데
서재는 익숙한 손님인 듯 침묵을 껴안고
금요일은 반쯤 지워졌다
벗어둔 낮의 껍질을 옷걸이가 붙잡고 있다
―「모던포엠」(2022, 7월호)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의 호적부 /한소리 (0) | 2022.06.30 |
---|---|
자반고등어 /김미연 (0) | 2022.06.30 |
못 말리시는 어머니 /안규례 (0) | 2022.06.27 |
성벽을 보수하다 /김권곤 (0) | 2022.06.22 |
서쪽 해변 /고미경 (0) | 2022.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