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새벽 두 시의 서재 /김미연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6. 3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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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 시의 서재

 

김미연

 

 

칸칸이 꽂힌 저 정적,

책상에, 연필꽂이에, 빈 의자에 정적이 앉아있다

 

한낮에 책장을 넘기던 소리도

찻물을 끓이던 주전자도 고요하다

새벽이 침묵을 물고 활개를 치며 거닐고 있다

 

잊혔던 실핏줄에 혈액이 돌고

시간은 어둠의 뼈를 타고 흐른다

 

벽과 벽 사이 실금이 가던 소리도 잠잠하고

꽃병에 갇힌 꽃의 숨소리도 멈췄다

 

의자에 기대어 고뇌하던 시간도 바닥에 엎드렸는데

 

서재는 익숙한 손님인 듯 침묵을 껴안고

금요일은 반쯤 지워졌다

 

벗어둔 낮의 껍질을 옷걸이가 붙잡고 있다

 

 

 

―「모던포엠」(2022,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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