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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사과가 익어가는 저녁
화엽
풋것들
여름밤이 깊어 가도록 잠 못 들고 있네
풋사과가 익어가는 밤은 새콤달콤해
우리 집 텃밭에 풋사과도
뺨을 내밀고 총총한 별들을 보고 있네
내 색깔의 시 한 편 세우기 위해 잠 못 든 풋시인,
풋사과와 눈이 마주쳤네
말벌이 파먹은 단맛 든 사과엔
여물어 가는 여름이 동글동글 사각거리네
이 밤에도 풋사과는 조금씩 조금씩 가을 쪽으로 걸어가고 있네
뒷산에서 톳쏙톳쏙 소쩍새의 고요한 울음에
층층이 목마름이 쌓여 저릿하네
상현달 같은 시절 두통을 앓으며
작은 돌 모난 돌로 탑을 쌓으려던 아련함
풀벌레소리와 별을 끌어 모아도 흩어진 문장은
적막을 무겁게 몰고 오네
풋사과는
어른이 되기 위해 풋을 조금씩 버리는 밤이네
ㅡ『시와 소금』(202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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