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소금물 한 바가지 /화엽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7. 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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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물 한 바가지

 

화엽

 

 

한 줌 소금의 힘,

한 생의 길에 꽃을 피우기도 하고 시들게 하는 것 보았지

 

폐병을 앓고 있는 엄마 위해 아버지가 구해온 흰 염소

풀밭이 제 세상인 양 뛰어다니며 좋아했지

어느 날 족제비 털을 사러 다닌 아저씨 나타나

폐병에 염소가 보약이라고 했지

바가지에 소금물을 풀어 억지로 먹이자

순한 눈동자에 맺힌 뜨거운 눈물이 매헤~ 소리에 젖어 들었지

 

한 줌 소금에 목숨을 내준 염소 덕분에

엄마는 봄 언덕처럼 새순이 돋았지

어린 나는 연둣빛 벌판을 그리다가도 가냘픈 염소 울음에 뿔이 났고

바가지 소금물이 가슴에 남아 하얀 염소털이 돋았지

 

배추를 소금물에 절이면 지금도 딱한 염소 소리 들리지

하지만, 내 몸의 소금 창고는 쫄깃해져 간을 맞추지

바다의 아픔이 묻어있는 소금 알갱이

한 바가지 물속에서 스르르 몸이 녹으며 다시 바다로 돌아갔지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소금이었지

 

 

ㅡ『시와 소금』(2022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