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소금물 한 바가지
화엽
한 줌 소금의 힘,
한 생의 길에 꽃을 피우기도 하고 시들게 하는 것 보았지
폐병을 앓고 있는 엄마 위해 아버지가 구해온 흰 염소
풀밭이 제 세상인 양 뛰어다니며 좋아했지
어느 날 족제비 털을 사러 다닌 아저씨 나타나
폐병에 염소가 보약이라고 했지
바가지에 소금물을 풀어 억지로 먹이자
순한 눈동자에 맺힌 뜨거운 눈물이 매헤~ 소리에 젖어 들었지
한 줌 소금에 목숨을 내준 염소 덕분에
엄마는 봄 언덕처럼 새순이 돋았지
어린 나는 연둣빛 벌판을 그리다가도 가냘픈 염소 울음에 뿔이 났고
바가지 소금물이 가슴에 남아 하얀 염소털이 돋았지
배추를 소금물에 절이면 지금도 딱한 염소 소리 들리지
하지만, 내 몸의 소금 창고는 쫄깃해져 간을 맞추지
바다의 아픔이 묻어있는 소금 알갱이
한 바가지 물속에서 스르르 몸이 녹으며 다시 바다로 돌아갔지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소금이었지
ㅡ『시와 소금』(2022년 여름호)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생애 처음 돈 벌기 /마경덕 (0) | 2022.07.02 |
---|---|
거대한 밭 /손음 (0) | 2022.07.02 |
풋사과가 익어가는 저녁 /화엽 (0) | 2022.07.01 |
바람 많은 날 /임동윤 (0) | 2022.07.01 |
다시, 4월 /임동윤 (0) | 2022.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