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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서
이채민
하늘의 뜻을
심고 가꾸는
밀알 같은 사람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뿌려지는 저 참혹한 죽음을
나는, 가시 박힌 손가락 마디하나를 돌보며 보고 듣고만 있다
벌 나비와
흙 속의 씨앗들도
마르지 않는 피둠벙에 눈을 뜨지 못하는
저 동토의 땅을
나는, 무엇하나 극복하지 못하고 앉아서 검색만 한다
쑥떡 같이 찰진 봄날
하르르 날리는 꽃잎에 취해
포성과 핏물로 침몰하는
흑해의 아픈 봄을
우리는, 서늘한 대화 몇 마디로 사뿐히 건너가고 있을 뿐이다
―웹진『시인광장』(202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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