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고백서 /이채민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7. 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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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서    

                         

이채민  

                               

 

하늘의 뜻을

심고 가꾸는

밀알 같은 사람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뿌려지는 저 참혹한 죽음을

나는, 가시 박힌 손가락 마디하나를 돌보며 보고 듣고만 있다

 

벌 나비와

흙 속의 씨앗들도

마르지 않는 피둠벙에 눈을 뜨지 못하는

저 동토의 땅을

나는, 무엇하나 극복하지 못하고 앉아서 검색만 한다

 

쑥떡 같이 찰진 봄날

하르르 날리는 꽃잎에 취해

포성과 핏물로 침몰하는

흑해의 아픈 봄을

우리는, 서늘한 대화 몇 마디로 사뿐히 건너가고 있을 뿐이다

 

  ​​

 

―웹진『시인광장』(202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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