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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를 읽는 밤
―족보
권갑하
어머니는 족보를 하늘로 갖고 가셨다
도난 당하거나 불에 탈지 모른다며
천칭좌 저울 밑에다 안전하게 숨기셨다
밤이면 하늘을 따라 담배를 피우시던
아버지 한 생애마저 하늘로 오르신 뒤
손주들 이름 새긴 증보판이 나왔다
밤이면 불 밝히고 계보를 외는 어머니
아버지가 미리내의 견우별로 반짝이면
나는 또 밤하늘 향해 담뱃불을 당긴다
―『나래시조』(2022,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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