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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에서 돌아온 나비
김종관
봄이 오자 나비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꽃밭에서 한참 놀다
해가 져서 꽃인 줄 알고 차를 탔다
산이나 들
나무만 꽃이 피는 줄 알았는데
밤거리가 차들로
꽃피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나비는 남산에 올랐다
남산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야경은
천 개를 천만 번 더하는
꽃잎으로 포개진 한 송이
꽃봉오리 같았다
나비는 깨달았다
자동차와 건물에도 꽃피워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어간다는 것을
외출에서 돌아온 나비들은
꽃만 쫓아다니지 않았다
나래를 떼어
하얀 꽃잎
노란 꽃잎
분홍 꽃잎
파란 꽃잎
울긋불긋 도시라는 꽃밭을 만들었다
―시집『부부 시계』(詩와에세이,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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