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별사(別辭)/김사인
'다 공부지요'
라고 말하면 나면
참 좋습니다
어머님 떠나시는 일
남아 배웅하는 일
'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하고 계십니다'
말하고 나면 나는
앉은뱅이 책상 앞에 무릎 꿇고 앉은 소년입니다
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
애쓴다고 착하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
눈만 내리깐 채
숫기 없는 나는
아무 말 못 하겠지요
속으로는 고맙고도 서러워
눈물 핑 돌겠지요만
인적 드문 소로길 스적스적 걸어
날이 저무는 일
비 오는 일
바람 부는 일
갈잎 지고 새움 돋듯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으로 꼴똘히 서 있기도 하는 일
다 공부라고 하면 좀 낫지요마는
-<실천문학> 2010. 봄호
2010.03.26 아침 7시 1분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녕, 오늘이여/차창룡 (0) | 2010.03.27 |
---|---|
포란抱卵/신현정 (0) | 2010.03.27 |
유턴을 하는 동안/강인한 (0) | 2010.03.27 |
항아리/최재영 (0) | 2010.03.27 |
루파나레라*/최재영 (0) | 2010.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