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송찬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3. 2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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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송찬호

 

 


누가 저기다 밥을 쏟아놓았을까 모락모락 밥집 위로 뜨는 희망처럼
늦은 저녁 밥상에 한 그릇씩 달을 띄우고 둘러앉을 때
달을 깨뜨리고 달 속에서 떠오르는 노오란 달


달은 바라만 보아도 부풀어오르는 추억의 반죽 덩어리
우리가 이 지상까지 흘러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빛을 잃은 것이냐


먹고 버린 달 껍질이 조각조각 모여 달의 원형으로 회복되기까지
어기여차, 밤을 굴려가는 달빛처럼 빛나는 단단한 근육 덩어리
달은 꽁꽁 뭉친 주먹밥이다. 밥집 위에 뜬 희망처럼, 꺼지지 않는
 

 

-시집『10년 동안의 빈 의자』(문학과지상사, 199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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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03.26 / 낮 12시 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