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나룻배와 행인/한용운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3. 27. 10:02
728x90

  나룻배와 행인/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느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은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늙어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님의 침묵』. 회동서관. 1926)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한용운 7편 수록 중 1편)
2010. 03.26 / 오전 11시 44분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양이가 돌아온 저녁/송찬호  (0) 2010.03.29
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송찬호  (0) 2010.03.29
알 수 없어요/한용운  (0) 2010.03.27
님의 침묵/한용운  (0) 2010.03.27
봄비/주요한  (0) 2010.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