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외인촌/김광균
하이얀 모색(暮色) 속에 피어 있는
산협촌(山峽村)의 고독한 그림 속으로
파―역등을 달은 마차가 한 대 잠기어 가고
바다를 향한 산마룻길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전신주 위엔
지나가던 구름이 하나 새빨간 노을에 젖어 있었다.
바람에 불리우는 작은 집들이 창을 내리고
갈대밭에 묻히인 돌다리 아래선
작은 시내가 물방울을 굴리고
안개 자욱―한 화원지(花園地)의 벤치 위엔
한낮에 소녀들이 남기곤 간
가벼운 웃음과 시들은 꽃다발이 흩어져 있다.
외인 묘지의 어두운 수풀 뒤엔
밤새도록 가느란 별빛이 내리고.
공백(空白)한 하늘에 걸려 있는 촌락(村落) 시계가
여윈 손길을 저어 열시를 가리키면
날카로운 고탑(古塔)같이 언덕 위에 솟아 있는
퇴색한 성교당(聖敎堂)의 지붕 위에선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1.모색(暮色)-날이 저물어 가는 어스레한 빛.
2.저녁때의 경치.
산협촌(山峽村)-두메
(『와사등』. 남만서방. 1939. 『김광균 전집』. 국학자료원. 2002)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4편 수록 중 1편)
2010. 03.27 / 오후 15시 23분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와사등(瓦斯燈)/김광균 (0) | 2010.03.31 |
---|---|
설야(雪夜)/김광균 (0) | 2010.03.31 |
달 항아리-아배 영전에 바치는 아득한 노래/김철진 (0) | 2010.03.31 |
안녕, 오늘이여/차창룡 (0) | 2010.03.31 |
풀/남궁벽 (0) | 2010.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