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설야(雪夜)/김광균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3. 3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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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야(雪夜)/김광균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초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췬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의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찬란한 의상을 하고
흰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와사등』. 남만서방. 1939. 『김광균 전집』. 국학자료원. 2002)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4편 수록 중 1편)
2010. 03.27 / 오후 15시 2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