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추일서정(秋日抒情)/김광균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3. 31. 18:32
728x90

추일서정(秋日抒情)/김광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즈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길은 한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낸 채
한가닥 꾸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우에 세로팡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한 생각 버릴 길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 저쪽에
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간다.

 


(『기항지』. 정음사. 1947 :『김광균 전집』. 국학자료원. 2002)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4편 수록 중 1편. 2007)
2010. 03.27 / 오후 116시 14분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로 간다는 소/이광수  (0) 2010.03.31
새/박남수  (0) 2010.03.31
와사등(瓦斯燈)/김광균  (0) 2010.03.31
설야(雪夜)/김광균  (0) 2010.03.31
외인촌/김광균  (0) 2010.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