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와사등(瓦斯燈)/김광균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3. 3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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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등(瓦斯燈)/김광균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내 호올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


긴―여름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승 창백한 묘석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체
사념 벙어리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리
까닭도 없이 눈물겹고나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니고 왔기에
길―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와사등』. 남만서방. 1939. 『김광균 전집』. 국학자료원. 2002)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4편 수록 중 1편)
2010. 03.27 / 오후 15시 3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