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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당/노천명
나는 얼굴에 분을 하고
삼단같이 머리를 따 내리는 사나이
초립에 쾌자를 걸친 조라치들이
날라리를 부를 저녁이면
다홍치마를 두르고 나는 향단이가 된다
이리하여 장터 어느 넓은 마당을 빌려
램프 불을 돋은 포장 속에선
내 남성(男聲)이 십분 굴욕되다
산 넘어 지나온 저 촌엔
은반지를 주고 싶은
고운 처녀도 있었건만
다음날이면 떠남을 짓는
처녀야!
나는 집시의 피였다
내일은 또 어느 동리로 들어간다냐
우리들의 도구를 실은
노새의 뒤를 따라
산딸기의 이슬을 털며
길에 오르는 새벽은
구경꾼을 모으는 날라리 소리처럼
슬픔과 기쁨이 섞여 핀다
(『창변』매일신보출판부. 1945 : 『사슴』―노천명 시전집』.솔 1997)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4편 수록 중 1편)
2010. 03.30 / 아침 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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