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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장수 19-어머이/김창제
살아생전
우리 어머이는 나만 보면 야단이시네
'야 이놈의 자식아,
배운 놈이 고물장수가 뭐꼬'
높은 벼슬은 못해도 민서기는 해야지.
니 얘비얘미 못 배운 게 한인데
이기 뭐꼬.
입을 꺼 안입고 묵을 꺼 안묵고
보리 미상해 니이 키와 날품 팔아 공부시키논께
까장고물쟁이가.
단디 알아 듣거라.
사람 사는 거 돈이 전부 아이다.
우찌 살머 삼시시끼 입에 풀칠 못할까이.
핀한 백성으로 사람답게 살아야지.
만날 손톱 밑에 기름때 찌고
불구멍 난 옷 입고, 그래 살아 뭐 할끼고.
니꼬다이 매고 바지가랭이 주름잡고
그래 살아도 짧은 인생인데
너거 아들 커서도 지 얘비 고물쟁이 한다 칼래.
'나 지금도 변함없이 고물장수라요.
이 세상 참 힘들지만
한번 배운 직업이라 잘 못 바꿔요.
어머이 난 할 수 없이 운명이라 여기고
고물장수로 멋지게 살끼라요'
- 시집 <녹, 그 붉은 전살> (2004, 도서출판 天山)
2010. 03.30 / 아침 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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