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신석정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4. 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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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신석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산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놓고 뛰어 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마셔요
그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니다.


어머니,
당신을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가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 똑 따지 않으렵니까?

 

 

《촛불》(1939. 11) 수록.
-시선집 『한국의 명시』김희보 엮음
 <최남선에서 기형도까지 1005편 총수록>
2010. 03.31 / 오후 19시 4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