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비난수 하는 맘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4. 15.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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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수 하는 맘


함께 하려노라, 비난수 하는 나의 맘,
모든 것을 한짐에 묶어 가지고 가기까지,
아침이면 이슬 맞은 바위의 붉은 줄로,
기어오르는 해를 바라다 보며, 입을 벌리고.

떠돌아라, 비난수하는 맘이어, 갈매기같이,
다만 무덤뿐이 그늘을 어른이는 하늘 위를,
바닷가의, 잃어버린 세상의 있다던 모든 것들은
차라리 내 몸이 죽어 가서 없어진 것만도 못하건만.

또는 비난수 하는 나의 맘, 헐벗은 산(山) 위에서,
떨어진 잎 타서 오르는, 냇내의 한줄기고,
바랍에 바부끼라 저녁은, 흩어진 거미줄의
밤에 매던 이슬은 곧 다시 덜어진다고 할지라도.

함께 하려 하노라, 오오 비난수 하는 나의 맘이여,
있다가 없어지는 세상에는
오직 날과 날이 닭 소리와 함께 달아나 버리며,
가까웁는, 오오 가까웁는 그대뿐이 내게 있거라!



비난수 - 귀신에게 바라는 바를 빌면서 지껄임.
비손 - 손을 비비면서 신에게 소원을 비는 일. 비숙원
냇내 - 연기의 냄새, 또는 연기에 밴 연기의 냄새.

▷ 어른이는 : [동] 어른대다. 어른거리다. 소월시에서 -거리다 -대다가 -이다로 교체된 경우가 많다.
▷ 냇내 : [명] 낸내. 연기(煙氣). 평북방언.
▷ 매던 : [동] 맺히다. 맺힌.
▷ 가까웁는 : [형] 가깝다. 가까운. 가까웁는. 선어말 어미 -오/우-는 발화자의 의도를 나타내는 기능이 있다. 소월시에서 자주 나타난다.

냇내 - 연기의 냄새, 또는 연기에 밴 연기의 냄새.

08.02.06/ 밤 9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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