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비단 안개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4. 1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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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안개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차마 잊지 못할 때러라.
만나서 울던 때도 그런 날이오,
그리워 미친 날도 그런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홀목숨은 못살 때러라.
눈 풀리는 가지에 당치맛귀로
젊은 계집 목매고 달릴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종달새 솟을 때러라.
들에랴, 바다에랴, 하늘에서랴,
아지 못할 무엇에 취(醉)할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차마 잊지 못할 때러라.
첫사랑 있던 때도 그런 날이오
영 이별 있던 날도 그런 때러라.



▷ 때러라 : 때더라.
▷ 홀목숨 : '혼자 사는 목숨'을 줄인 말로, '혼자 사는 사람'을 뜻한다.
▷ 당치맛귀 : 당(唐)치마의 귀. 당(唐)옷이나 당의(唐衣)는 중국으로부터 전래된 옷으로, 조선시대 여자들이 저고리 위에 덧입었던 예복의 하나이다. 일명 당저고리라고도 한다. 당치마가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당치맛귀는 당옷의 끝자락에 덧붙인 긴 헝겁조각을 의미하거나, 혹은 당치마(?)의 끝자락에 덧붙인 긴 헝겁조각을 뜻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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