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연어 / 박이화
고백컨대
내 한 번의 절정을 위해
밤새도록
지느러미 휘도록 헤엄쳐 오던
그리하여
온 밤의 어둠이
강물처럼 출렁이며 비릿해질 때까지
마침내 내 몸이
수초처럼 흐느적거릴 때까지
기꺼이
射精을 미루며,
아끼며,
참아주던
그 아름답고도 슬픈 어족
그가 바로 지난날 내 생에
그토록 찬란한 슬픔을 산란하고 떠나간
내 마지막 추억의 은빛 연어이지요
-「애지」 2006. - 반경환의 명시감상1.2
마광수의 시 「회춘」 끝 부분.... "내가 너의 팬티가 되고 브래지어가 되어 하루종일/네 살갗에 붙어 있고 싶다/제발 나를 버리지 말아주기 바란다"........에로티즘을 직접적으로 넣어 은근한 맛은 없는데 간절한 마음을 당당하게 호소력 있게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에 에로티즘이 은근슬쩍 들어가면 호기심도 유발하고 재미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와 내용과 어울리지 않게 어설프게 시도를 하면 천박스러울 수도 있고 혐오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덕규 시인의 '어처구니' 란 시를 보면은 노란 마늘 싹이 움트는 생명의 경이를 예민한 숫처녀 성감대로 표현을 하고 있는데 에로티즘이 들어있어 관능적이지만 결코 음탕하게 느껴지지를 않습니다.
나호열 시인이 쓴 '현대시에 나타난 섹슈얼리티 sexuality' 에 예제 시로도 나옵니다만 오탁번 시인의 '굴비' 라는 시를 보았습니다. 점잖게 이야기하면 항간에 떠도는 Y담이지만 우리나라 성인이라면 한번쯤 안 들어본 사람이 없는 음담패설 중에 하나입니다. 시의 다양성과 영역확대의 문제로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시중에 떠도는 음담패설을 그대로 가져다가 시화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놀라움이었습니다.
이 시의 첫행처럼 저도 고백컨대 박이화의 시집을 사보지는 못했습니다. 나의 포르노그라피, 알레르기, 이화에 월백하고, 미안한 말씀, 골짝과 골짝 사이 등...인터넷에서 본 박이하의 시는 '성'을 잘 발효시켜서 마치 숙성된 술처럼 내용과 단어가 한껏 어우러져 단내가 스멀스멀 진동을 합니다.
'나의 포르노그라피' 의 2연은 없어도 충분히 관능적일 것 같은데 왜 2연이 더 필요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어쨌든 그의 시들은 관능이 담뿍 들어있으면서도 B급 영화의 에로물처럼 저급하지도 않고 외설스럽지도 않은데 그렇다고 또 특별나게 야하다는 느낌도 들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읽으면 읽을수록 어조 또한 시의 내용과 착착 맞아 떨어져 구불구불 감기는 맛이 곰삭은 젓갈처럼 맛깔스럽기까지 합니다. 이런 시, 아무나 못쓰지요. 선정적(섹시) 언어를 다스리는 솜씨도 일품인 것 같습니다.
반경환은 해설에서 「그리운 연어」는 그가 온몸으로 쓴 연애시이면서도, 그러나 춘화적이기보다는 고전적인 '한국연애시의 진수' 라고 생각된다고 평을 해 놓았습니다.<정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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