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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반탑 /복효근
탑이 춤추듯 걸어가네
5층탑이네
좁은 시장 골목을
배달 나가는 김씨 아줌마 머리에 얹혀
쟁반이 탑을 이루었네
아슬아슬 무너질 듯
양은 쟁반 옥개석 아래
사리합 같은 스텐 그릇엔 하얀 밥알이 사리로 담겨서
저 아니 석가탑이겠는가
다보탑이겠는가
한 층씩 헐어서 밥을 먹으면
밥먹은 시장 사람들 부처만 같아서
싸는 똥도 향그런
탑만 같겠네
-중앙일보 2005.9.3 '시가 있는 아침'
티브에서 '달인' 이라는 프로를 보면은 손놀림이 얼마나 빠르고 정확한지
마치 자동화된 기계를 보는 듯 합니다. 한 가지를 일을 오래 반복하여
숙련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서울 동대문, 남대문 같은 재래시장에 가면은 밥집 아주머니들이 5층 6층
으로 켜켜이 쌓은 밥상을 머리에 이고 그 많은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갑니다. 춤추듯 걸어가는 탑 역시 경이롭습니다.
그 경이로운 사람이 이고 가는 밥상의 하얀 밥알이 사리이니 사리를 담
은 그릇은 석가탑이고 다보탑이 아니겠는지요. 사리인 그 밥을 먹는 시
장상인들 역시 다 부처만 같고 향그런 탑만 같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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