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땅끝/윤금초
반도 끄트머리
땅끝이라 외진 골짝
뗏목처럼 떠다니는
전설의 돌섬에는
한 십년
내리 가물면
불새가 날아온단다.
상아질(象牙質) 큰 부리에
선지빛 깃털 물고
햇살 무등 타고
미역 바람 길들여 오는,
잉걸불
발겨서 먹는
그 불새는 여자였다.
달무리
해조음
자갈자갈 속삭이다
십년 가뭄 목마름의 피막 가르는 소리,
삼천년에 한번 피는
우담화 꽃 이울 듯
여자의
속 깊은 궁문(宮門)
날개 터는 소릴 냈다.
몇 날 며칠 앓던 바다
파도의 가리마 새로
죽은 도시 그물을 든
낯선 사내 이두박근…
기나긴 적요를 끌고
휘이, 휘이, 날아간 새여.
(『네 사람의 얼굴』. 문학과지성사. 1983)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4편 수록 중 1편. 2009)
2010-05-04 / 18시 1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