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고 -수필

접신接神한다/최금녀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5. 26. 07:49
728x90

접신接神한다/최금녀

 

 

이보耳報라는 말은
귀신이 사람 귀에다 대고
정보를 준다는 말인데
귀신의 소리라, 사전에도 없다


귀신 소리를 알아차리자면
접신해야 하고
접신하려면 아무래도
산의 심지 속을 파고 들어가
절벽 밑에 촛불을 밝히고
술도 치고
수백 번 수천 번 허리 굽혀야 하리라


물소리, 바람소리, 다 젖히고
쉿, 정보 들어올텐데
나무에 바위에 냇물에 스며 흐르던
유 불 선 천년의 향기
우주의 비밀이 들려올 것인데
그 신통한 정보
그게 바로 하늘이 내리는
이보耳報 필보筆報이겠다


시가 안 되는 날엔
지리산으로나 들어가
바위 아래 두 귀를 열어놓고
접십하고
이보耳報나 청해볼까

 

 

시는 쓰는 것이 아니라 엄마 뱃속에 아기가 잉태하여 있다가 때가 되면 나오듯
나오는 것이라고 하지요. 무속인은 약발이 떨어지면 깊은 산중에 들어가 몇 날
며칠, 아니 몇 달, 몇 년씩 기도를 한다고 하는데 시 쓰기를 염원하는 시인의 마
음은 무속인이 신을 접신 하듯 이보를 청해서라도 시를 쓰고 싶겠지요.


시집-『큐피드의 독화살』. 종려나무
2010-05-10 / 23시 1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