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고 -수필

너와집/박미산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5. 26. 07:59
728x90

너와집/박미산

 


갈비뼈가 하나씩 부서져 내리네요
아침마다 바삭해진 창틀을 만져보아요
지난 계절보다 쇄골 뼈가 툭 불거졌네요
어느새 처마 끝에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나 봐요
칠만 삼천 일을 기다리고 나서야
내 몸속에 살갑게 뿌리 내렸지요, 당신은
문풍지 사이로 흘러나오던
따뜻한 온기가 사라지고
푸른 송진 냄새
가시기 전에 떠났어요, 당신은
눅눅한 시간이 마루에 쌓여있어요
웃자란 바람이, 안개가, 구름이
허물어진 담장과 내 몸을 골라 밟네요
하얀 달이 자라는 언덕에서
무작정 기다리지는 않을 거예요, 나는
화티에 불씨를 다시 묻어놓고
단단하게 잠근 쇠빗장부터 열겁니다
나와 누워 자던 솔향기 가득한
한 시절, 당신
그립지 않은가요?

 

 


-2008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2010-05-11 / 오전 7시 43분

 


마음속에 들어있는 것을 그대로 표출한다고 해서 다 시가 되는 건 아닐 테고...

그렇다고 누가 어떻게 생각할까 하면 사고의 자유스러움에서 놓여날 수는 없을 것이고...

그런데 쓰여지는 시와 쓰는 시는 어떻게 다를까.

 

신경림 시인은 민요가락을 실은 시를 쓴 10년이 가장 힘들었다고 하는데 시는 사고의 자유로움을 풀어놓아야 잘 된다고 한다.

이 말은 억지로 쓰려고 하는 것보다 편안한 상태에서 시를 써야 잘 써진다는 말로 해석이 된다.

'시를♠읽고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상사(腹上死)/이덕규  (0) 2010.05.28
오누이/김사인   (0) 2010.05.26
적멸寂滅/최금녀  (0) 2010.05.26
접신接神한다/최금녀  (0) 2010.05.26
몸바쳐 밥을 사는 사람 내력 한마당/고정희  (0) 2010.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