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고 -수필

오누이/김사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5. 2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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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누이/김사인

 

 

57번 버스 타고 집에 오는 길
여섯살쯤 됐을까 계집아이 앞세우고
두어살 더 먹었을 머스마 하나이 차에 타는데
꼬무락꼬무락 주머니 뒤져 버스표 두 장 내고
동생 손 끌어다 의자 등을 쥐어주고
저는 건드렁 손잡이에 겨우겨우 매달린다
빈 자리 하나 나니 동생 데려다 앉히고
작은 것은 안으로 바짝 당겨앉으며
'오빠 여기 앉아' 비운 자리 주먹으로 탕탕 때린다
'됐어' 오래비 자리는 짐짓 퉁생이를 놓고
차가 급히 설 때마다 걱정스레 동생을 바라보는데
계집애는 앞 등받이 두 손으로 꼭 잡고
'나 잘하지' 하는 얼굴로 오래비 올려다본다


안 보는 척 보고 있자니
하, 그 모양 이뻐
어린 자식 버리고 간 채아무개 추도식에 가
술한테만 화풀이하고 돌아오는 길
내내 멍쩡하던 눈에
그것들 보니
눈물 핑 돈다

 


김준태의 「형제」라는 시가 떠오르는 시.
하나는 '형'제' 이고 하나는 '오누이'가 소재지만  형제와 오누이 사이의 자분자분한 모양새가 웃음이 나오게도 하고

 도타운 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뭉클해지며 따스한 마음이 스며들게 합니다.

 

 

-『가만히 좋아하는』. 창비. 2006
2010-05-14 / 오전 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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