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떠도는 자의 노래
신경림
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니, 이미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세상 끝에
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버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저 세상에 가서도 다시 이 세상에
버리고 간 것을 다시 찾겠다고 헤매고 다닐는지도 모른다
-시집『뿔』(창비, 2002)
-『신경림 시전집 2)』(창비, 2007)
그대는 이 세상에 오기 전 무엇을 놓고 왔는지 기억이 나시나요.
아니면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갈 때 가지고 가고 싶은 무엇이 있는가요.
예상치도 못한 어떤 일로 저 세상으로 급히 가는 바람에 가지고 가지 못하고 그냥 갔다가
아쉬워하며 가지고 올 걸 하는 후회할 만한 그 무엇을 가지고 있나요.
'시를♠읽고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람쥐의 겨울 창고/김동호 (0) | 2010.06.14 |
---|---|
오산 인터체인지 / 조병화 (0) | 2010.06.01 |
복상사(腹上死)/이덕규 (0) | 2010.05.28 |
오누이/김사인 (0) | 2010.05.26 |
너와집/박미산 (0) | 2010.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