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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멸寂滅/최금녀
비 그친 뒤 잔디밭 여기저기에
흙거품이 솟아났다
지렁이가 뚫어놓은 숨구멍이다
봄볕이 비오듯 쏟아지고
하늘도, 숨구멍도, 잔디밭도
수런거리는데
지렁이는
배 뒤집고 누워 꼼짝 않는다
습기 찬 땅속보다는
숨통이 트인다는 뜻일까,
비 지나간 하늘
초록이 짙푸르게 일어나고
짙푸른 초록 위에 길게 누워
이제는 그만 잠이 들고 싶은 걸까
밀어올린 숨구멍을 그대로 놓아두고
햇볕 속에서 말라간다
온몸 늘어뜨리고
손도 눈도 없이.
최금녀 시인의 시작 메모의 글에 보면은 이 시를 발표(열린시학 2006년 여름호) 할 때의
제목이 '지렁이' 였다고 합니다.
<<< 지렁이---적멸로 제목 바꿈 >>>
지렁이가 소재인데 제목도 지렁이면 함의의 맛이 덜한데 제목을 불교용어인 '적멸' 로 바꾸므로서
강한 햇볕아래 꼬들꼬들 말라가는 지렁이가 마치 다비식이라도 치르는 것 같습니다.
-「현대시학」 2007. 12
-『반경환 명시감상 1.2』
2010-05-10 / 23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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