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시냇가/장석남
내가 반 웃고
당신이 반 웃고
아기 낳으면
돌멩이 같은 아기 낳으면
그 돌멩이 꽃처럼 피어
깊고 아득히 골짜기로 올라가리라
아무도 그곳까지 이르진 못하리라
가끔 시냇물에 붉은 꽃이 섞여내려
마을을 환히 적시리라
사람들, 한잠도 자리 못하리
(『새떼들에게로의 망명』.문학과지성사 . 1991)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4편 수록 중 1편. 2007)
2010. 03.30 / 저녁 18시 23분
그 그리운 시냇가/김용택
흐르는 시내 모래 위에
물무늬처럼 이는 사랑이 있었습니다
흐르는 물 속에는 자리잡지 못한 모래알들이
그 작은 몸짓으로
빈 곳을 찾아가
반짝이며 자리잡기도 하는 몸짓들을 오래오래 보고 있었습니다
물가로 밀려난 잔물결들은
강기슭 풀밭에 가닿으며 사라지기도 하지만
허물어지지 않는 산도
저쪽 강기슭엔 있었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눈에 어리다가
내 가슴 어딘가에 닿아
거짓말같이 번지는
물무늬 같은 사랑이
그 그리운 시냇가에 있었습니다
-시집『그 여자네 집』. (창비, 1998)
그리운 시냇가/남진우
나에게 양떼가 있다면
그들을 몰고 시냇가 풀밭으로 가겠네
다사로운 햇살이 어루만져주는 대기 가득히
풀꽃 향기 피어오르고 멀리 방울소리 들리는
그곳 시냇물은 나직하게 속삭여주겠지
순한 영혼들이 머무를 수 있는 땅은 어디일까
햇살은 저 멀리 포도밭 울타리에 내려앉으며
봄날 시냇물 소리로 온몸을 돌아다니는 피를 덥혀주리
하늘에서 시내로 기울어져내리는 푸르름
날 저물도록 둥근 조약돌 몇개 주운 다음
한나절 뭉게구름 뜯어먹는 양떼를 몰고
그리운 시냇가 노래 부르며 돌아오겠네
나에게 양떼가 있다면
-시집 『사랑의 어두운 저편』(창비, 2009)
2010-06-29 / 2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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