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꽃/류안진
손발이 시린 날은
일기를 쓴다
무릎까지 시려 오면
편지를 쓴다
부치지 못한 기인 사연을
작은 이 가슴마저
시려든 밤이면
임자 없는 한 줄의
시를 찾아 나서노니
사람아
사람아
등만 뵈는 사람아
유월에도 녹지 않는
이 마음을 어쩔래
육모 서리꽃
내 이름을 어쩔래
-시선집 『한국의 명시』김희보 엮음
<최남선에서 기형도까지 1005편 총수록>
2010-06-30 / 아침 8시 3분
이 시집에는
유안진→<류안진>으로 되어 있습니다
서리꽃/도종환
서리꽃 하얗게 들을 덮은 아침입니다
누군가의 무덤가에 나뭇짐 한 단 있습니다
삭정이 다발 묶어놓고 무덤가에 앉아
늦도록 무슨 생각처럼 하얗게 서리꽃이 앉아 있습니다
우리가 묻어둔 뼈가 하나씩 삭아가는 동안에도
우리들은 남아서 가시나무 가지를 치고
삭정이다발 묶으며 삽니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우리는 가져갈 수 있는지 모르지만
오늘도 가야 할 몇 십리길이 있습니다
오늘도 서리꽃 하얗게 길을 덮은 아침들에 나섭니다
-시집『내가 사랑하는 당신은』.실천문학사. 1988
2010-06-30 / 8시 13분
서리꽃/정일근
차가워진 없는 사람은
사랑으로 뜨거워지지 못한다
세상의 모든 약속 빙점 아래 잠들어
꽃 눈 속의 봄꽃들 아직 눈뜨지 못하는데
겨울의 새벽 입술이 유리창에 닿는
얼음의 길을 따라 서리꽃 핀다
서리꽃은 빙점하에 피는 뜨거운 꽃
허공에 뿌리내린 불가해의 꽃
차가운 하늘에서 빛나기 위해
별이 스스로 뜨거워지듯
땅의 가장 차가운 곳에서 피는
하늘의 가장 뜨거운 꽃이여
사랑의 비등점은 빙점에도 있으니
사랑에 꽃피우기 위해
오랜 눈물 버리고 차가워지려니
내 끓는 영혼의 꽃밭으로 찾아와 피어라
피어라 사랑의 뜨거운 꽃이여
(2003년 소월시문학상 작품집)
2010-06-30 / 아침 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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