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고 -수필

구경거리 / 박명용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7. 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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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거리 / 박명용  

 


울안에 갇힌 곰을 보러 갔더니
곰은 <너희들 보는 재미에 갇혔다>는 듯
줄줄이 밀려드는 인간들을 감상하고 있었다.
인간이 곰을 구경하는지
인간이 곰의 구경거리인지
하느님
이 세상 울은 어딥니까.

 

-「안개밭 속의 말들」,   혜진서관

 


동물원에 갑니다. 과천대공원에도 있고 용인 에버랜드에도 있고 능동 어린이대공원, 남산에도 우리에 갇힌 동물이 있습니다. 우리는 곰뿐 아니라 호랑이, 사자, 코끼리, 원숭이 등 모든 동물이 갇혀있다고 생각하며 동물들을 구경합니다. 그런데 이 시는 울안에 갇힌 곰이 줄줄이 밀려드는 인간들을 도리어 감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발상을 전환한 이런 시는 되씹어보는 맛도 있고 한 번 보면 기억에서 잘 보존이 됩니다.

 

함민복 시인의 「섬」이라는 시를 보면 물이 '울타리고, 낮고, 길' 이라고 합니다. 모든 사물은 자기 중심적으로 볼 때 울은 나가 됩니다. 우리는 내 발로 자유롭게 걷는다고 갇혀있는 줄을 모르고 삽니다. 존재에 관한 물음이 이렇게 시작되나요. 갇혀있으면서도 갇혀있는 줄 모르는 당신에게 물어봅니다. 당신이 갇혀 있는 울은 어디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