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외딴 유치원/반칠환 -윤사월/박목월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7. 10. 08:36
728x90

외딴 유치원/반칠환

 

 


아랫목에 밥 묻어 놨다-
어머니, 품 팔러 새벽 이슬 차며 나가시고
막내야, 집 잘 봐라
형, 누나 학교 가고 나면 어린 나 아버지와 집 지키네
산지기 외딴집 여름해 길고,
놀아줄 친구조차 없었지만 나 하나도 심심하지 않았다네
외양간에 무섭지만 형아 같은 중송아지,
마루 밑에 양은냄빈 왈칵 물어도 내 손은 잘근 씹는 검줄이,
타작 끝난 콩섶으로 들락거리던 복실꼬리 줄다람쥐,
엄마처럼 엉덩이 푸짐한 암탉도 한 마리 있었다네
아아 낯설고 낯설어라, 세상은 한눈 팔 수 없는 곳-
원생은 나 하나뿐인 외딴 유치원, 솔뫼 고개 우리 집
아니 아니, 나 말고도 봄에 한배 내린 병아리 떼가 있었네
그렇지만 다섯살배기 나보다 훨씬 재빠르고 약았다네
병아리 쫓아, 다람쥐 쫓아 텃밭 빠대다보면,
아버지 부르시네
풍으로 떨던 아버지,
마당에 비친 처마 그림자 내다보고 점심 먹자 하시네
해가 높아졌네, 저 해 기울면 엄마가 오시겠지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람』, 시와시학사, 2001)
08.10.04/낮 1시 5분

 

 

외딴 유치원

              

                  반칠환

 


아랫목에 밥 묻어 놨다-
어머니, 품 팔러 새벽 이슬 차며 나가시고
막내야, 집 잘 봐라
형, 누나 학교 가고 나면 어린 나 아버지와 집 지키네
산지기 외딴집 여름해 길고,
놀아줄 친구조차 없었지만 나 하나도 심심하지 않았다네
외양간에 무섭지만 형아 같은 중송아지,
마루 밑에 양은냄빈 왈칵 물어도 내 손은 잘근 씹는 검줄이,
타작 끝난 콩섶으로 들락거리던 복실꼬리 줄다람쥐,
엄마처럼 엉덩이 푸짐한 암탉도 한 마리 있었다네
아아 낯설고 낯설어라, 세상은 한눈 팔 수 없는 곳-
원생은 나 하나뿐인 외딴 유치원, 솔뫼 고개 우리 집
아니 아니, 나 말고도 봄에 한배 내린 병아리 떼가 있었네
그렇지만 다섯살배기 나보다 훨씬 재빠르고 약았다네
병아리 쫓아, 다람쥐 쫓아 텃밭 빠대다보면,
아버지 부르시네
풍으로 떨던 아버지,
마당에 비친 처마 그림자 내다보고 점심 먹자 하시네
해가 높아졌네, 저 해 기울면 엄마가 오시겠지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람」, 시와시학사, 2001년

 

 

 

5행에 '산지기 외딴집 여름해 길고' 는
박목월의 시 윤사월(閏四月) '산지기 왼딴 집/윤사월 해 길다' 에서 따온 것 같아요.

 

유년시절 엄마를 기다리는 시 기형도의 '엄마 걱정'이 슬픈, 아픈 정서를 갖고 있다면

이 시는 산골을 고향으로 둔 어린시절의 애잔함이 추억 속에 아련히 젖어들게 합니다.

 

송아지와 검줄이와 병아리가 친구가 되어주어 심심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또래 사람 친구 하나 없는 외딴 유치원이 마냥 좋기만 했을라구요.

 

다음카페 시하늘 :  09.02.26 08:27 http://cafe.daum.net/sihanull/DRy/24744   

 

 

 

윤사월/박목월

 

 

 

송화(松花)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이 작품은 세련된 시어를 사용하여 순수한 산수의 서경과 인간 본연의 근원적 애수를 노래한 목월의 초기시 세계를 대표하는 민요풍의 서정시이다. 7·5조를 바탕으로 기·승·전·결의 구성을 취하고 있는 이 시는 어느 산 속의 풍경을 한 폭의 그림을 그리듯 보여 주면서, 그 속에서 눈 먼 처녀의 애뜻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이따금 꾀꼬리의 울음 소리가 들려 오는 어느 한가로운 윤사월의 대낮, 노란 송화 가루가 바람에 날리는 외딴 봉우리 한구석에는 산을 지키는 산지기의 집이 한 채 외롭게 서 있다. 그 집에는 산지기의 딸인 듯한 눈 먼 처녀가 살고 있는데, 모춘(暮春)의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없는 그녀는 문설주에 기대어 꾀꼬리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봄의 아름다운 풍경을 상상하고 있다.
이 작품의 모티프는 '송화 가루'와 '꾀꼬리', 그리고 '눈 먼 처녀'이다. 그런데 '송화 가루'는 시각적인 것으로 '눈 먼 처녀'와 직접적인 상관 관계를 가지지 못하게 되는데, 이 양자 사이에 교량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꾀꼬리'의 울음 소리이다. 꾀꼬리의 울음에 의해서만 '눈 먼 처녀'는 윤사월의 무르익은 정경 속에 용해될 수 있기에 꾀꼬리의 울음은 바로 그녀가 자신의 존재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외딴 봉우리'·'외딴 집'·'눈 먼 처녀'라는 세 가지 비극적 소재로 배합된 이 작품에서 '눈 먼 처녀'는 내면적 설움과 고뇌의 소유자로서 작품의 중심을 형성하며 한국적 자연의 일부로 동화되어 있는데, 그녀의 가련함에서 더욱 깊은 고적감, 비애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송화 가루'는 후각과 시각을 함께 드러내는 시어로 그것의 주된 색조는 '노랑'이다. 이것이 이 작품의 고적한 배경과 어우러지면서 토속적, 향토적인 애수와 고독을 더해 주고 있으며, 또한 꾀꼬리의 노란색과 결합되어 식물을 매체로 한 상상력과 동물을 매체로 한 상상력이 한국적 자연을 배경으로 하여 선명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

 

출처- 김태형,정희성 엮음 - 현대시의 이해와 감상<문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