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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論/ 마경덕(신춘문예 당선작/시집)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8. 2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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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신발論 

 

마경덕

 

 

2002년 8월 10일

묵은 신발을 한 보따리 내다 버렸다.

일기를 쓰다 문득, 내가 신발을 버린 것이 아니라 신발이 나를 버렸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와 병원으로 은행과 시장으로 화장실로, 신발은 맘먹은 대로 나를 끌고 다녔다. 어디 한번이라도 막막한 세상을 맨발로 건넌 적이 있는가. 어쩌면 나를 싣고 파도를 넘어 온 한 척의 배. 과적(過積)으로 선체가 기울어버린. 선주(船主)인 나는 짐이었으므로,

일기장에 다시 쓴다.

짐을 부려놓고 먼 바다로 배들이 떠나갔다.

 

 

(2003.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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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발論/ 마경덕


 

  묵은 신발을 한 무더기 내다 버렸다


  일기를 쓰다 문득, 내가 신발을 버린 것이 아니라 신발이 나를 버렸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와 병원으로 은행과 시장으로, 화장실로, 신발은 맘먹은 대로 나를 끌고 다녔다 어디 한 번이라도 막막한 세상을 맨발로 건넌 적이 있었던가 어쩌면 나를 싣고 파도를 넘어 온 한 척의 배 과적過積으로 선체가 기울어버린. 선주船主인 나는 짐이었으므로,


  일기장에 다시 쓴다


  짐을 부려놓고 먼 바다로 배들이 떠나갔다

 


 -마경덕 시집『신발論』(문학의전당,2005)

 

 

 

*신춘문예에 당선된 시를 시집을 내면서 손질한 부분을 빨간색으로 표시해 보았다.

1연을 통째로 삭제를 했고

보따리를 --> 무더기로 

 

있는가 현재형을 있었던가 과거형으로 시제에 맞게 맞게 바꾸었다

바꾸었다고 해서 시의 내용이 달라질 것은 없다.

그런데 왜 수정을 했을까.

 

시는 '기의' 문학이 아니고 '기표'의 문학이기 때문이다.

 

보따리보다는 무더기가 이 시에서는 더 상급의 시어로 보이고 시의 내용으로 보아 과거형이 맞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