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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윤동주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
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씻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을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픔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람처럼 슬픔 얼굴 - 아름다운 순
이의 얼굴은 어린다.
(1939)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20』(조선일보 연재, 2008)
2010-11-05 / 오전 07시 03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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