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32명 자살…
대출받은 학자금 700만원 갚지 못하자 목매… 학비 없어 연탄불 자살도
공부 이전에 생계 문제… 자취방 난방비 아끼려 보일러 끄고 장갑끼고 자
우유 하나로 하루 버티기도
경기도의 한 대학 3학년 오모(25)씨는 매년 한 학기만 등록해서 다닌다.
시급(時給)이 싼 편의점·호프집·맥주 바 아르바이트를 해서는 반지하 방 월세 20만원과 생활비, 400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감당할 수 없어 반년은 대학 생활을 하고, 반년은 아르바이트에 매달린다. 그러다 보니 또래들은 다 대학을 졸업했는데 아직도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오씨는 17일 "시급 6000원짜리 토킹 바(talking bar)에서 술 취한 아저씨들과 밤새 얘기해야 할 때는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살아야 하나' 생각이 들어 왈칵 눈물이 솟기도 한다"고 했다. "밥 먹고 학교 다니는 게 이렇게 힘드니 차라리 죽는 게 편하겠다는 생각도 자주 든다"고도 했다. 취업난에 등록금, 생활비 압박에 시달리는 요즘 대학생들에게 오씨의 현실은 남의 일이 아니다. 저소득층이나 지방 출신 대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는 '생계'와 직결된 문제가 됐다.
서울 명지대 4학년 전모(26)씨는 이번 겨울 자취방에서 지내는 시간을 최소로 줄였다. 난방비 아끼려고 보일러를 아예 꺼 놓았기 때문이다. 따뜻한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자취방에서는 장갑까지 끼고 잠을 잔다. 전씨는 "취업 준비에 올인하고 있지만 암울한 미래를 생각하면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보증금 100만원, 월세 23만원짜리 고시촌 단칸방에서 언니와 생활하는 서울대생 이모(23)씨는 "밥값이 아까워 우유 하나 먹고 하루를 버틴 적도 있다"면서 "월세 내려고 친구에게 돈을 빌렸을 때는 너무 창피해서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대학가 하숙촌마다 "누구는 학자금 대출 몇 번 받고 1000만원이 넘는 빚을 졌다더라"는 말이 돌아다닌다. 하루 2~3개씩 아르바이트를 돌다 보면 학점 관리도 쉽지 않다.
생활고에 쫓겨 극한 상황에 몰린 대학생들의 자살도 늘고 있다. 지난 8일 강원도 강릉시 내곡동 원룸에서는 대학 졸업반 유모(23)씨가 번개탄을 피우고 숨진 채 발견됐다. 방에서는 학자금 대출 관련 서류와 그가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었던 것으로 보이는 여러 장의 즉석 복권이 발견됐다.
작년 11월 대구 서구 비산동 주택에서 대구 모 대학을 휴학 중인 강모(여·21)씨가 목을 매 숨졌다. 강씨는 대출받은 학자금 700만원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원리금 납입이 여러 차례 밀리는 등 심한 경제난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취직에도 실패한 강씨는 자살 전날에도 어머니를 붙잡고 울면서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했다고 한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2009년 자살한 대학생은 249명이나 됐다. 정신적 문제가 있는 자살이 78건(31.3%)으로 가장 많았고, 경제 문제도 16건이었다. 2008년에는 전체 대학생 자살자 332명 중 175명(52.7%)이 염세·비관·낙망 등을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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