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거든/크리스티나 로제티
사랑하는 사람아, 내가 죽거든
나를 위해 슬픈 노래 부르지 마셔요.
머리맡에 장미 심어 꽃 피우지 말고
그늘지는 사이프러스도* 심지 말아요.
비를 맞고 이슬에 담뿍 젖어서
다만 푸른 풀만이 자라게 하셔요.
그리고 그대가 원한다면 나를 생각해줘요.
아니, 잊으시려면 잊어주셔요.
나는 나무 그늘을 보지 않겠고
비 내리는 것도 느끼지 않겠어요.
나이팅게일 새의 구슬픈 울음 소리도
나는 듣지 않으렵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또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 누워 있어 꿈을 꾸면서
나는 그대를 생각하고 있으렵니다.
아니, 어쩌면 잊을지도 모릅니다.
-김희보 편저「 世界의 名詩」
*사이프러스는 소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수로서 그 나무가지는 비탄과 상장(喪章) 그리고
죽음을 상징한다.
이 시의 번역본은 <김희보 편저 세계의 명시>에서 옮겨 온 것입니다. 기표 문학인 시는 기의 문학인 소설과 달리 미세한 정서를 그대로 반영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언젠가 티브에서 보았더니 독일로 이민을 가 25년을 살면서 경제적으로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향수만은 어쩔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 향수 중에 하나가 속을 까집어놓고 말할 수 있는 진정한 친구를 하나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유가 무엇때문이냐고 했더니 그건 '말'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말은 다 배워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지만 대화중에 나타나는 미묘의 얼굴의 표정이나 미세한 감정의 차이를 교감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상거래나 일상의 대화와는 다른 정서적 차이가 다르기 때문에 민족정서에서 오는 미세한 감성의 언어는 다 표현할 수도 없고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진정한 속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김희보 편저 세계의 명시>에 나오는 세계 각국의 시를 보면서 번역되어 있는 김소월의 시 진달래의 "보내 드리오리다,"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를 번역해 놓았을 때 우리민족 고유의 이별과 정서의 한을 그들이 얼마나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뼈 속까지 한국사람이 아니면 그 시의 진정한 맛을 알 수 없을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 것처럼 영시나 외국시 역시 번역을 아무리 잘 해 놓아도 그들이 아는 감정과 우리가 받아들이는 감정의 차이가 있지않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이 책의 뒤쪽 원시에 대한 해설 편에 보면은 이 시의 제목이 노래(song)로 이렇게 번역이 되어 있습니다. 내용이 같아 거의 비슷하지만 번역하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니 위의 거와 비교를 해보시고 미세한 기표의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시를 보는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송 - 크리스티나 로제티
내가 죽거든, 사랑하는 사람이여
날 위해 슬픈 노래를 부르지 마세요.
내 머리맡에 장미화도 심지 마시고
그늘진 삼나무도 심지 마세요
내 위에 푸른 잔디 퍼지게 하여
비와 이슬을 맞고 젖게 해 주세요
그리고 마음 내키심 따라
기억해 주셔도 좋고, 잊으셔도 좋습니다
나는 사물의 그늘도 보지 못하고
비가 내리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겠지요
슬픔에 잠긴 듯 게속해서 울고 있는
나이팅게일의 울음소리도 듣지 못하겠지요
날이 새거나 날이 저무는 일 없는
희미한 어둠 속에서 꿈꾸며
아마 나는 당신을 잊지 못할 거예요
아니, 어쩌면 당신을 잊을지도 모릅니다
song / Christ G, Rosstti
When I am dean, my dearest,
Sing no sad songs for me;
Plant thou no roses at my head,
Nor shady cypress tree;
Be the green grass above me
Witm showers and dewdrops wet;
And if thou wilt, forgrt.
I shall not see the shadows,
I shall not feel the tain;
I shall not hear the nightingale
Sing on as if in pain;
A nd dreaming through the twilight
T hat doth not rise nor set,
Haply I may remember,
And haply may forget
영국의 여류시인.
오빠 가브리엘 로제티도 유명한 시인이었다.
따뜻한 감정과 자기 억제적인 사랑의 정신을 언어로 표현한 훌륭한 애정시를 썼다.
일생을 어머니와 함께 독신녀로 보냈으며,
<내가 죽거든>, <기억해주요>, <행자의 행차> 등의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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