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고 -수필

동질(同質)/조은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1. 7. 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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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질(同質)/조은

 

 

이른 아침 문자 메시지가 온다
―나 지금 입사시험보러가잘보라고해줘너의그 말이 꼭필요해
모르는 사람이다
다시 봐도 모르는 사람이다


메시지를 삭제하려는 순간
지하철 안에서 전화를 밧줄처럼 잡고 있는
절박한 젊은이가 보인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신도 사람도 믿지 않아
잡을 검불조차 없었다
그 긴장을 못 이겨
아무 데서나 잠이 들었다


답장을 쓴다
―시험꼭잘보세요행운을 빕니다!

 

 

―시집『생의 빛살』(문학과지성사, 2010)

 

 

가끔 모르는 문자 메시지를 받기도 하고 보내기도 한다. 이 사람한테 보낸다는 것이 저 사람한테 보내기도 하고 보내 놓고 바로 알기도 하고 상대방이 물어올 때까지 모를 때도 있다. 어느 날 문자를 잘못 날렸다. 날리는 순간 전화번호를 잘못 쓴 것을 알았지만 모른 체 했다. 별다른 내용이 아니어서 내가 그러하듯 상대방 쪽에서 대부분 무시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날은 달랐다. 즉각 '누구세요' 답이 날라 왔다. 잘못 보냈어요 문자 한 통 날리며 끝날 것을 괜히 난처한 느낌이 들어 그냥 씹어버렸다. 나 같으면 또 답이 없으면 잘못 왔구가 싶어 모른 체 할 것 같은데 그 사람은 나가 아니었다. 조금 있으니 문자가 연이어 날아왔는데 짜증이 묻어있다. '누구시냐니깐요?' 쬐금 미안하기도 했었는데 미안한 것은 금새 어디로 가고 이제는 더 난처해졌다. '아니요, 잘못 보냈어요' 보내려다가 에라 모르겠다 또 씹었다. 그런데 그게 잘못이었다. 급기야는 전화로 확인이 들어온 것이다.

 

요즘도 가끔 지인이나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잘못 들어온 문자를 받거나 보내는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씹어버리는 버릇은 고쳐지지 않는다. 나만의 생각이 뿌리를 내린 것인지도 모르지만 취직이 절체절명이 되어버린 시대에 내게 저런 문자가 들어오면 답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해보았다. 문자의 내용으로 봐서 친구나 연인 같은데 너무 엄숙히는 말고 그냥 이 순간만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되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당신이 뜻하지 않게 이런 문자를 받는다면 어떤 답을 보낼 것인가 물어보고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