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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애
신달자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 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일회용 벤드를 묶다 다시 풀고 상처를 혀로 쓰다듬고
딱지를 떼어 다시 덧나게 하고
군것질하듯 야금야금 상처를 화나게 하겠다
그래 그렇게 사랑하면 열흘은 거뜬히 지나가겠다
피흘리는 사랑도 며칠은 잘 나가겠다
내 몸에 그런 흉터많아
상처 가지고 노는 일로 늙어버려
고질병 류마티스 손가락 통증도 심해
오늘밤 그 통증과 엎치락 뒤치락 뒹굴겠다
연인 몫을 하겠다
입술 꼭꼭 물어뜯어
내 사랑의 입 툭 터지고 허물어져
누가 봐도 나 열애에 빠졌다고 말하겠다
작살나겠다.
-시집『열애』(민음사, 2007)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50/17』(조선일보 연재, 2008)
2012-06-09 / 토요일, 2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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