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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새를 들여다보다
문인수
이곳 패션센터 건물 앞, 붉은 대리석 조각 매끈한 상단에 무엇이,
웬 조그만 새 한 마리가, 입가가 노란 참새 새끼 한 마리가 반듯하게 죽어있다.
돌에 싹터 파닥거린 새의 날개가 허공에 눌려, 그리하여 끊임없이
돌에 스미는 증인지,
가슴이 보드라운 깃털 아래 늑골 여러 가닥이 희미하게 세세히 도드라지기 시작해
현(絃)인가 싶다.
그 전후 사정이, 말라가는 새의 모양이
?
아무것도 풀 수 없는 무슨 열쇠 같은데, 아무튼 어찌
죽음의 자리는 그 어디든 몸 치수에 이리 꼭 맞는 건지,
아하, 작품의 부분인가 싶어 다시 가 들여다봤는데, 분명 새의 주검이다. 오히려
한 점 생생한 의문이 커다란 돌덩이가 말하는 무거운 내용을 다 입은 채…… 새는 이윽고
목관의 석물을 열고, 햇볕이며 구름이며 그 바람 다 열고 저를 잊었다.
-시집『적막』(창비, 2012)
2012-06-11 월요일, 오던 0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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