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모란의 綠 / 류시화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2. 6. 1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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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의 綠

 

류시화

 

 

어느 생에선가 내가
몇 번이나
당신 집 앞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선 것을
이 모란이 안다
겹겹이 꽃잎마다 머뭇거림이
머물러 있다


당신은 본 적 없겠지만
가끔 내 심장은 바닥에 떨어진
모란의 붉은 잎이다
돌 위에 떨어져도 사흘은 더
눈이 아픈


우리 둘만이 아는 봄은
어디에 있는가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한 소란으로부터
멀리 있는


어느 생에선가 내가
당신으로 인해 스무날하고 몇 날
불탄 적이 있다는 것을
이 모란이 안다
불편의 불로 봄과 작별했다는 것을

 

 

 

-시집『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문학의 숲,2012)
2012-06-12  월요일, 00시 0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