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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곳
배한봉
암벽 틈에 나무가 자라고 있다. 풀꽃도 피어 있다.
틈이 생명줄이다.
틈이 생명을 낳고 생명을 기른다
틈이 생긴 구석.
사람들은 그걸 보이지 않으려 안간힘 쓴다.
하지만 그것은 누군가에게 팔을 벌리는 것.
언제든 안을 준비 돼 있다고
자기 가슴 한 쪽을 비워놓은 것.
틈은 아름다운 허점.
틈을 가진 사람만이 사랑을 낳고 사랑을 기른다.
꽃이 피는 곳.
빈곳이 걸어 나온다.
상처의 자리. 상처에 살이 차 오른 자리.
헤아릴 수 없는 쓸쓸함 오래 응시하던 눈빛이 자라는 곳.
-게간『시안』(2012, 여름호)
―이은봉·김석환·맹문재·이혜원 엮음『2013 오늘의 좋은시』(2013, 푸른사상)
2012-06-12 화요일, 오전 0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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