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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벼랑에 서다]“매출이 4분의 1 토막… 이제 장사 그만하고 싶어”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2. 7. 17.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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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벼랑에 서다]“매출이 4분의 1 토막… 이제 장사 그만하고 싶어”

순댓국집 운영하는 김모씨
“옆집은 부인이 보험판매·가게일 병행해서 버텨”
경향신문 | 특별취재팀 홍재원·김보미·이재덕·이혜인 기자 | 입력 2012.07.17 21:45 | 수정 2012.07.17 22:50

서울시내에서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김모씨(51)는 이름과 가게 위치 등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어려운 얘기를 대놓고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하자 김씨는 "최근 매출이 불과 몇 년 전 액수에서 4분의 1 토막이 났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2년 순댓국집을 열었다. 그전까지는 전업주부였다. 직장에 나가는 남편이 있었고 열심히 저축해 5000만원짜리 적금도 들었다. 하지만 외벌이로는 20평 아파트에서 탈출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두 아들 교육비도 점점 늘어났다. 김씨는 예금을 털고 대출을 보태 15평짜리 가게를 장만했다. 권리금 6000만원에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00만원짜리 작은 가게였다.

김씨 가게는 프랜차이즈 순댓국집이었다. 재료와 조리법을 제공받을 수 있어 장사가 처음인 김씨에겐 딱히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특히 김씨는 이 프랜차이즈 점포가 많지 않던 초기에 진입해 간판비 명목으로만 300만원을 냈을 뿐이다. 그는 "지금 가맹비가 800만원까지 치솟았다"고 했다.

매상은 괜찮은 편이었다. 2008년 무렵까지는 장사가 그런 대로 됐다고 한다. 그는 "맏아들이 고3 때인 2008년까지 장사가 좀 됐다"면서 "한창 때는 200그릇을 팔아 월 700만~800만원을 벌었다"고 밝혔다. 그는 "집도 30평형대로 늘리고 애들 공부도 다 시켰다"고 말했다. 일하는 아줌마를 넷까지 둬봤다. 맏아들은 명문대에 입학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2009년부터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최근엔 더 심해져 하루 50그릇밖에 순댓국을 팔지 못한다. 손님들이 불경기 때문에 얼어붙은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별로 잘사는 동네가 아니어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아 생활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면서 "이렇게 어렵게 사는데 불황까지 찾아오고, 더 어려워질 것 같으니 돈을 아예 안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게에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야 했다. 요즘은 직원을 모두 내보내고 김씨 혼자 장사를 한다. 하루 매출 24만원가량에 월수입 170만원이 그가 버는 수입의 전부다. 김씨는 "하루종일 일하는 것치곤 적게 버는 편"이라며 "가게를 겨우 유지할 정도의 수입"이라고 밝혔다. 그래도 옆집 식당보다는 낫다고 했다. 그는 "옆집은 부인이 오전에 보험판매 일까지 하다 오후에 가게에 합류한다"며 "요즘엔 그렇게 사는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가능하면 이제 장사를 그만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가게를 접지 못하는 건 인수하려는 이가 없어서다. 그는 "요즘 같은 불황에 누가 쉽게 가게를 인수하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좋은 날이 다시 올 거란 기대를 한다. 그는 말했다.

"점 잘 보는 손님이 온 적이 있어요. 그 사람이 '올해가 지나야 괜찮아진다'고 하더군요. 조금만 더 버텨볼까 싶어요. 한때 우리집 꿈을 이뤄준 귀한 가게인데 이렇게 떠밀리듯 접고 싶지 않아요."

■ 특별취재팀홍재원·김보미(산업부), 이재덕(경제부), 이혜인(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 홍재원·김보미·이재덕·이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