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대한민국 하우스푸어 리포트]내 집 장만한 죄? “전재산 팔아 집 샀는데 내 집에선 남이 살고…” 본문
[대한민국 하우스푸어 리포트]내 집 장만한 죄? “전재산 팔아 집 샀는데 내 집에선 남이 살고…”
<下> 하우스푸어서 렌트푸어로내집 산 죄?… 이자폭탄에 새집은 전세주고 셋집 전전 동아일보 입력 2012.07.18 03:30 수정 2012.07.18 07:42
[동아일보]
서울 송파구 신천동 C아파트 인근 상가에서 분식집을 하는 김모 씨(64)의 소원은 돈을 벌어 C아파트로 이사 가는 것이다. 그는 84m²짜리 C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지만 인근 풍납동에 있는 20년도 더 된 60m²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는 2008년 9월 C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3억5000만 원을 주택담보대출로 마련했지만 그래도 돈이 모자랐다. 결국 2억2000만 원에 C아파트를 전세로 주고 자신은 1억5000만 원에 풍납동 아파트로 전세를 들어가야 했다.
경기 용인시 상현동 D아파트는 2007년 분양 당시 경쟁률이 20.5 대 1까지 올라갈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이 아파트는 한때 은퇴자들의 유망한 노후단지로 꼽혔지만 지금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하우스푸어가 늘어나는 곳이 됐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동아일보가 분석한 국내의 대표적인 '하우스푸어(House Poor)' 아파트 467채의 집주인 중 264명(56.5%)은 김 씨처럼 본인이 소유한 아파트는 전세를 주고 다른 집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 아파트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A아파트와 서초구 반포동 B아파트, 신천동 C아파트, 경기 용인 수지구 상현동 심곡마을 D아파트이다.
○ 어쩔 수 없는 '1가구 2주택자들'
A∼D아파트 소유주 중 69명은 별도로 소유한 집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아파트를 갖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살지 않는 264명 중 주소가 확인된 220명이 현재 거주하는 집의 등기부등본을 열람한 결과이다. 본인 소유 아파트를 전(월)세로 임대한 사람 10명 중 3명 정도는 집을 2채 이상 소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1가구 2주택자' 69명 중에는 D아파트 소유주가 42명(60%)으로 가장 많았고 이 중 26명은 용인에 별도의 아파트를 소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D아파트 주민인 김모 씨는 "원래 살고 있던 아파트를 팔아서 새 아파트에 입주하려던 사람이 많았지만 용인지역 아파트 거래가 끊기고 가격이 급락하면서 원래 아파트를 팔지 못해 '비자발적 1가구 2주택자'가 된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220명 중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는 세를 주고 다른 집을 임차해 살고 있는 151명의 주택 형태를 분석한 결과 아파트보다 선호도가 떨어지는 단독주택에 11명, 다세대·다가구에 9명, 상가주택에 5명이 사는 등 비(非)아파트 거주자가 26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151명 중 57명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의 크기가 원래 소유한 집보다 작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전문가인 봉준호 닥스플랜 대표는 "전 재산을 털어서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샀지만 형편이 안 돼 들어가지는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다가구 등으로 옮겨 살거나 집 크기를 줄인 이들의 구체적인 현실이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담보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전세로 옮기는 사례도 확인됐다. 하우스푸어에서 '렌트푸어(Rent Poor)'로 주저앉는 이들이다.
C아파트 144m²에 살던 김모 씨(63)는 재건축 추가부담금을 내려고 6억여 원을 대출받았다. 김 씨는 한 달에 250만 원 이상 나가는 이자 때문에 올해 6월 이 아파트를 6억5000만 원에 전세를 주고 경기 하남시 빌라를 2억5000만 원에 전세로 얻었다. 남은 돈 4억 원으로 대출금을 갚았지만 아직도 2억 원이나 빚이 남아 한 달에 80여만 원을 이자로 내고 있다. 그는 "아예 집을 팔까도 생각했지만 한때 20억 원에도 거래됐던 것을 생각하면 억울해서 지금 시세로는 도저히 팔 수 없다"고 말했다. C아파트 144m²형은 최근 11억 원 선에서 거래된다.
C아파트 상가의 한 중개업자는 "소득이 없는 60대 이상 집주인 중에서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전세를 주고 인근 빌라나 작은 아파트로 전세를 가는 사람이 제법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집은 한 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데다 한창때에 비교하면 중형은 1억∼2억 원, 대형은 5억 원 이상 떨어져 '본전' 생각 때문인지 팔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무리해서 빚을 낸 소유주 중에서는 곧 렌트푸어 신세가 될 처지에 놓인 이들도 눈에 띄었다.
5급 공무원 출신인 박모 씨(64)는 평생 받은 월급을 모아 C아파트 84m²를 샀다. 새 아파트에서 안락한 노후를 보내고 싶었지만 집을 살 때 보험사에서 대출받은 돈이 문제였다. 대출금 1억5400만 원에 대한 이자가 매달 70만 원 넘게 나와 김 씨는 3월부터 서울 강남의 한 빌딩에서 야간경비 일을 하고 있다.
지금 박 씨는 C아파트를 전세 주고 좀 싼 곳으로 세 들어 갈 생각을 하고 있다. 아내가 "30대 초반인 아들과 딸이 결혼할 때까지는 여기서 살아야 한다"고 반대해 당장 이사하지 못할 뿐이다. 그는 "야간경비를 같이 서는 동료들한테 내가 공무원 출신이고 잠실에 84m² 아파트를 갖고 있다고 말하면 믿지 않는다"며 "내가 돈 때문에 야간경비를 서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한숨을 쉬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김평화 인턴기자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4학년
[주요 뉴스] |
▶[대한민국 하우스푸어 리포트]투자 위해 2주택 산 사람들… 1인당 빚 5억4600만원 |
▶[대한민국 하우스푸어 리포트] 빚에 갇힌 사람들 |
▶北 평양 고층 아파트 |
▶[동영상] 한밤중에 아파트 한 라인 '폭삭', 어떻게 지었기에… |
'<읽어본 신문·건강정보> > 내가 읽은 신문♠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로또 1등 당첨자의 ‘롤러코스터’ 인생 (0) | 2012.08.06 |
---|---|
'보증금 모자라' 40대女 아들 안고 투신 숨져 (0) | 2012.08.01 |
[자영업자, 벼랑에 서다]36세 막창집 사장의 죽음 (0) | 2012.07.17 |
[자영업자, 벼랑에 서다]“매출이 4분의 1 토막… 이제 장사 그만하고 싶어” (0) | 2012.07.17 |
"놀줄 몰라" 한국 중장년, 퇴직후 하는일이… (0) | 2012.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