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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벼랑에 서다]36세 막창집 사장의 죽음
업종 바꿀 때마다 빚내… ‘내 가게’ 이룬 행복은 잠시사채 시달리다 목숨 끊어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홍재원·김보미·이재덕·이혜인 기자 입력 2012.07.17 22:05 수정 2012.07.17 23:15
심모씨(36)가 지난 4월 강원도 평창의 국도변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사인은 가스중독. 밀폐된 차 안에서는 번개탄이 발견됐다. 경찰조사 결과 3억원가량의 사채 빚과 계좌 거래내역이 나왔다. 경찰은 사채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경향신문은 심씨의 사연을 탐문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심씨는 군 제대 후 "내 가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붙임성도 좋았고 활달했다. 25세에 옷가게를 열었지만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경기도 수원에 직장을 얻었다. 8년간의 직장 생활 끝에 다시 치킨점에 도전했다.
비용은 짬짬이 모은 돈과 주류회사 대출을 통해 충당했다. 주류회사는 자사 제품을 써 주는 대가로 치킨점 자영업자들에게 대출을 해준다. 도봉구 창동에 30평짜리 가게를 열었다. 짭짤했다. 2010년 월드컵 대회 기간 중에는 손님들이 몰려 테이블이 미어터졌다. 주변에서는 "심씨가 한때 하루 300만원까지 매상을 올리는 날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상황이 급전직하했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국내에도 옮아붙으면서 손님의 발걸음이 급감했다. 직원을 해고했다. 은행 문도 두드렸지만 대출 문턱은 높았다. 가게 문 앞에 놓인 일수 전단지를 집어든 건 이 무렵이었다. '100만원 대출에 이자 10만원.' 다급해지니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었다. 이자도 감당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한 번에 갚아도 됐고, 소액을 매일 꾸준히 갚아도 됐다. 심씨는 결국 전단지에 적힌 주소로 찾아가 400만원을 빌렸다.
이후 돈을 빌리는 횟수가 늘었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채 이자는 연 500%에 달했다. 돌려막기가 시작됐다. 다른 사채업자에게 돈을 꿔 먼저 빌린 돈을 막았다. 원금에 이자분이 합쳐지면서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채를 쓴 지 1년 만에 억 단위의 빚을 지게 됐다.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벌렸다. 아버지 집을 담보로 1억8000만원을 대출 받았다. 심지어 가족이 자주 놀러가던 강원도 펜션 주인에게도 돈을 빌렸다. 그러나 사채 빚은 줄지 않았다. 치킨점 본사에 재료비를 내지 못해 닭 공급마저 끊겼다. 설상가상으로 아내와의 사이마저 악화됐다.
치킨집을 못하게 되자 막창집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빚을 갚으려면 장사를 계속해야 했다. 그러나 손님은 없었다. 그나마 조금씩 들어오던 수입마저 뚝 끊겼다.
심씨의 하루는 돈을 빌리고, 돈을 갚는 일로 가득 찼다.
경찰 조사결과 심씨와 돈 거래가 있었던 이들은 사채업자 14명을 포함해 총 158명에 달했다. 적게는 6만원부터 최대 250만원까지 매일 갚았다. 심씨는 주로 스마트폰으로 사채업자에게 돈을 부쳤다. 많을 땐 하루 10차례나 스마트폰 이체를 했다. 2011년 한 해 동안 한 사채업자에게만 1억7000만원을 갚았다.
사채를 쓰기 시작한 지 1년6개월 만인 지난 4월, 심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 나흘 전인 4월9일에도 일수돈 6만원을 스마트폰으로 이체했다.
그리고 그 6만원을 마지막으로 그는 모든 걸 내려놓았다.
■ 특별취재팀홍재원·김보미(산업부), 이재덕(경제부), 이혜인(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 홍재원·김보미·이재덕·이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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