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 / 최금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2. 10. 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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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가고 싶다


최금진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십만 년전에
나는 원숭이 비슷한 우리 할아버지 고환에 담겨
말하는 꽃도 보고 텔레파시 하는 뱀도 보고
어멈들이 어, 하면 아범들은 아, 하고 움막에 들어가
낮이고 밤이고 인류를 길어올려 흘려 보냈겠지
내 본향이 아프리카라 생각하니
평소 안 좋아하는 파프리카도
적도에 걸린 생소한 탄자니아, 소말리아가 예뻐보인다
나는 얼마나 멀리 흘러온 건가
얼굴 시커먼 우리 할아버지는 긴 막대기랑 돌덩이 서너 개 들고
얼마나 오래 걸어 전라남도 화순에 와서 화순최씨가 되었던 걸까
내 이름은 스와힐리어로는 뭐라 할까
우리는 형제니까
아동복지기금도 내고 기안 난민도 돕고
아프리카에 호적을 두었으니
나도 늙으면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
어쩌면 신께서 철조망을 쳐놓은 성경의 에덴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십만 년도 더 먹은 우리 할머니가
축 늘어진 가슴을 출렁이며 자장가를 불러줄까
이 세상에 없는 새의 언어로, 나무의 모국어로
아프리카, 아프리카, 너무 늙은 나를 안고 안타까워하여 주실까

 

 

 

-계간『시와 세계』(2012년 봄호)
2012-10-03 수요일 24시 0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