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대한 강박관념
김연아
달은 새장 속에서 우는 새, 그 울음소리가 내 방까지 뚫고 들어온다
새의 맥박이 나를 데려 간다
"저기 좀 봐, 초승달 아래 금성과 목성이 나란히 떠 있네" - "달을 우
리의 거주지로 만들어요" - "당신은 오래 나이 먹었으면서, 그 의미를
알지 못한 채 중얼거리는 아이처럼 말하는군"
그들은 밤의 침목 위를 걷고 있었어요 돌 틈 사이 그녀의 발이 끼었
을 때 그는 달려오는 기차를 보고, 달을 포옹하듯 그녀에게 뛰어 들었
어요 달빛은 침목 아래 있었죠 나는 어디에 있었냐고요? 나는 아무데
도 없었어요 달빛은 내 머릿속에 있었죠 이것은 내 어릴 적 이야기.
달 속의 양귀비꽃들이 내 이마로 쏟아져요
나는 달의 종족, 빛으로 가득한 심연이에요 내 머릿속에 누군가가
있지만, 나는 그게 누군지 알지 못하고 아무것도 숨기지 않으면서 비
밀스러워져요 나는 눈물 흘리는 달의 눈을 가졌고 태초의 소음에 귀
기울이죠 달의 문장에 길들어 태양의 해석법을 잊어버렸어요
벚나무 흐느끼는 밤을 낭비하며 당신이 만들어 낸 것은 무엇인가
요? 그토록 검고 모호한 나의 입은 당신의 키스로 태어나죠 당신의
휴식은 음악으로 가득 차 있고 자신의 무대에서 홀로 기다리죠 저
어둠의 커튼을 찢고 관현악이 울려 퍼지기를
잠자리에서 코란을 흥얼거리다가 저녁이면 뽕작을 불렀던 시간, 역
병처럼 삶의 황홀을 퍼뜨리기 위해 나는 음악을 오염시켰어요 고칠
수 없는 억양을 지닌 언어가 나의 커피잔으로 쏟아져요 나는 물처럼
엎질러져서 주홍 물고기의 눈물이 모인 저수지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요
나의 병은 항상 새로운 것, 나는 병을 '신비'라고 고쳐 부르죠 산 자
와 죽은 자가 만나도 어둠이 깊고 강렬해질 때, 당신은 박하향을 풍기
는 새의 비상을 보게 될 거예요 새의 울음소리는 마치 달의 눈물을 머
금은 것 같아요
-웹진『시인광장』(2012년 3월호)
2012-10-03 목요일 오전 09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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