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돌의 부화기 / 김춘순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2. 10. 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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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부화기


김춘순

 


돌의 무늬들이 날개 밑을 견디는 계절
햇빛의 결이 흘러가는 강가에
물떼새들이 돌을 품고 있다
돌이 부화되는 시간에는 물의 소용돌이가 둥지를 덥히고
물소리를 닮은 무늬를 새겨 넣고 있다
꽁지깃에 묻은 방향과 새의 발가락이
꼼지락거리며 알을 굴리고 있다
가끔 둥지를 비우는 시간엔 모두 단단한 돌이 된다
식은 알 속에서 생겨난 부리와 발은
간혹 구름의 뼈가 되기도 한다.


알에서 나온 몇 개의 눈알들
시야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를 향해
뼈에 바람을 가득 넣고 푸득거린다.
파각(破却)을 끝낸 어린 새들은 고요를 먹이로 삼는다.

 
물새의 울음소리는 물소리에서 배운 것이겠지만
강바닥 떨어진 울음은 바람이 채간다
돌 속의 무늬를 찾아다니는 포식자들이 있다.


가끔 부화되지 못하고 깨지는 돌이 있다
자잘한 자갈들은 모든 물새의 위장술이다.
새들이 떠난 둥지, 돌의 무늬를 닮은
부화되지 못한 알 하나 식어 있다
자갈을 밟으면 새알이 깨어지는 소리가 난다.

 

 

 

-웹진『시인광장』(2012년 6월호)
2012-10-03 목요일 오전 10시 0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