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돌의 부화기
김춘순
돌의 무늬들이 날개 밑을 견디는 계절
햇빛의 결이 흘러가는 강가에
물떼새들이 돌을 품고 있다
돌이 부화되는 시간에는 물의 소용돌이가 둥지를 덥히고
물소리를 닮은 무늬를 새겨 넣고 있다
꽁지깃에 묻은 방향과 새의 발가락이
꼼지락거리며 알을 굴리고 있다
가끔 둥지를 비우는 시간엔 모두 단단한 돌이 된다
식은 알 속에서 생겨난 부리와 발은
간혹 구름의 뼈가 되기도 한다.
알에서 나온 몇 개의 눈알들
시야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를 향해
뼈에 바람을 가득 넣고 푸득거린다.
파각(破却)을 끝낸 어린 새들은 고요를 먹이로 삼는다.
물새의 울음소리는 물소리에서 배운 것이겠지만
강바닥 떨어진 울음은 바람이 채간다
돌 속의 무늬를 찾아다니는 포식자들이 있다.
가끔 부화되지 못하고 깨지는 돌이 있다
자잘한 자갈들은 모든 물새의 위장술이다.
새들이 떠난 둥지, 돌의 무늬를 닮은
부화되지 못한 알 하나 식어 있다
자갈을 밟으면 새알이 깨어지는 소리가 난다.
-웹진『시인광장』(2012년 6월호)
2012-10-03 목요일 오전 10시 06분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리인간 증후군 / 홍순영 (0) | 2012.10.04 |
---|---|
호모두르(homo-door) / 양은숙 (0) | 2012.10.04 |
밤 외출 / 최은묵 (0) | 2012.10.04 |
달에 대한 강박관념 / 김연아 (0) | 2012.10.04 |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 / 최금진 (0) | 2012.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