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대교 이야기
박찬일
*
승용차가 강물에 추락하면
상수원이 오염됩니다
그러니 서행하기 바랍니다
*
나는 차를 돌려 그 자리로 가
난간을 들이받고
강물에 추락하였습니다
기름을 흘리고
상수원을 만방 더럽혔습니다.
*
밤이었습니다
하늘에 글자가 새겨졌습니다
별의 문자 말입니다
승용차가 강물에 추락해서
상수원이 오염되었습니다
서행하시기 바랍니다
*
내가 죽은 것은 사람들이 모릅니다
하느님도 모릅니다
-시집『나는 푸른 트럭을 탔다』(민음사, 2002)
이게 무슨 말일까요? 승용차가 강물에 추락하면 상수원이 오염이 된다니요. 아무리 대중적인 시대라 해도 한 사람의 개인을 너무 가벼이 보는 문구입니다. 팔당대교를 차를 타고 건너던 화자는 이 푯말을 보는 순간 화가 치솟습니다. 그래서 차를 난간으로 몰고 가서 추락을 합니다. 역시나 아무도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해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천만인의 먹고사는 상수도원이 오염이 되지 않았을까 걱정을 합니다. 객관적인 시대에 사람조차 물화의 개념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들은 강의가 생각납니다. 강의 요지는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라는 것이었습니다. 조금 이기적인 생각인지는 모르나 예로 든 것은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 무작정 뛰어들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둘 다 죽을 수도 있고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고 자기는 힘이 빠져 죽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에 구하고 혼자 죽었다면 인지상정을 넘어선 그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높이 사 사회에서는 의사자라는 명예를 수여합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자본이 최고의 선이 돼버린 물화의 시대에 사람이 사물화의 구성원 취급을 받고 일부분이 되었다고 해서 자신을 소홀히 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내가 없으면 세상이 존재할까요. 내가 없으면 남편이, 아내가 자식이 존재할까요. 내가 있으므로 해서 아내도 있고 남편도 있고 아내도 있습니다. 자기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남도 사랑할 줄 모른다고 합니다. 자기자신을 아끼며 사랑하며 소중히 여겨야겠습니다. <정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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