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가을의 기도 / 김남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2. 10. 12.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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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기도


김남호

 


주여, 죄를 짓기 좋은 계절이 왔나이다


날로 짧아지는
저 발기부전의 햇볕을 이어서
죄를 도모하게 하소서


난로를 쬐게 하기 위해 손을 만드시고
동동 구르게 하기 위해 발을 만드셨듯이
따뜻한 위로를 만들기 위해 불행한 이웃들을
더욱 더 불행하게 하소서
 

당신이 당신을 위해
죄를 짓는 것처럼


우리가 우리를 위해 지은
빛나는 죄들이 흐려지기 전에 새로운 죄를
짓게 하소서 이 비옥한 시간에
 

영원히 용서받을 수 없는

 

 


-계간『문학마다』(가을호, 2012)
2012-10-12  금요일 12시 22분